안녕하세요. 오늘은 비도 많이 내리고 약간 어제 있었던 일의 여파로 기분이 가라 앉은 상태입니다. 이웃님들의 오늘 기분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 요즘 한 번쯤은 들어보시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아이가 있으시다면 아이들의 학습 관련 동영상들을 가끔씩 접하시게 될 텐데 거기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는 5학년인 아들이 있는데 우선 그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가 7세가 될 때까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해야 하는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아이가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조금 시켰던 것 같습니다. 이웃님들도 첫 아이에게는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다른 부모들처럼 저의 첫 아이가 혹시 영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했습니다. 그 재능을 어서 키워주어야 한다며 사교육을 이것저것 시켰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영어의 조기교육에는 약간의 회의감이 있어서 영어를 빼 놓고는 이것저것 조금씩 시켜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2018년 7세에 접어 들었습니다. 사실 아이가 7세 때도 한국에 있었다면 한글, 한자, 줄넘기, 영어 등 이런 저런 사교육을 시켰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이 유치원 안에서 모든 사교육을 해주는 그런 곳 이었거든요. 하지만 그 때 아이에게는 다행으로(?) 아이의 아빠가 해외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고 2년 못되는 기간 동안 해외에 체류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지만 저는 당장 한국에 돌아 가서의 한국 학교에서의 적응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이보다 4살 많은 조카를 키우는 저의 언니는 '아이에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공부를 많이 시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7세에서 8세로 넘어가는 그 즈음에 저는 아이의 전담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아주 적은 양이라도 조금씩이라도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8세인 아이에게는 적은 양은 아니였던 것도 같지만 아이는 곧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아이는 똘똘한 아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그렇게 매일매일 공부하는 습관은 쌓여갔고 아이는 언니의 조언대로 매일매일 그 공부를 꼭 해야하는 것이라고 믿고 따라와 주었습니다. 물론 가끔 아이의 반항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거의 빠지는 날 없이 휴일에도 공부를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 습관은 조금씩 삐그덕 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코로나가 심한 시기여서 6살 어린 동생도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았고 저도 직장을 그만두고 거의 하루종일 아이들을 보며 집에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4학년이 되면서 동생도 5살이 되었고 동생이 국공립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아이의 공부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국공립 유치원의 하원 시간은 오후 1시반이었고 유치원을 처음 다니기 시작한 아이는 신이 나서 오후 늦은 시간까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기를 원했습니다. 저는 어린 둘째 아이를 따라다녀야 했고 큰 아이에게는 원래 늘 하던 공부니까 알아서 공부를 하라고 말만 해 두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혼자서도 잘 하는 듯 싶더니 그렇게 성실해 보이던 아이가 답안지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4학년 때는 저를 몇 번이나 속이고 답안지를 베끼고 본인이 다 푼 척을 하였습니다. 채점은 제가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답안지를 보는 날이면 바로 걸리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점점 지능적이 되어 가서 답안지를 그냥 베끼지 않고 풀다가 베끼는 등 걸리지 않을 정도로 베끼는 방법을 습득해 나갔습니다. 그래서 답안지를 베끼고 한참 후에 그 사실이 발각되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이웃님들은 궁금하실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우선 초등학교 때 사교육을 하는 것은 반대라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우선 가장 큰 부분은 제가 직장을 그만 두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부분도 빼 놓을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경제적으로나 아이의 정신적으로 사교육으로 진을 빼 놓으면 나중에 진짜 돈을 써야할 때 그리고 전력질주를 해야할 때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아주 여유가 있었다면 저도 사교육을 시켰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우선 여러가지를 고려해 보았을 때 저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제가 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게 낫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5학년이 되니 이 생각에도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과연 내가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의 전담교사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4학년 때의 수 차례의 위기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저는 끈을 놓지 않고 아이의 학습을 이어가려고 노력을 했고 가끔의 반항과 거짓말을 제외하면 아이도 노력을 해 주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문득 드는 의문이 과연 엄마인 내가 언제까지 아이의 멱살(?)을 잡고 아이의 학습적인 부분을 끌고 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혼자 알아서 공부하기에는 이른 시기라는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조언대로 저는 아이가 공부하는 시간에 최대한 집에 있어주려고 작은 아이의 국공립 유치원도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했습니다. 그러면 5시까지는 아이가 공부하는데 옆에 있어줄 수 있으니 그래도 알아서 공부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조금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다행히도 6월까지는 제가 적어도 집에서 봐주는 동안은 아이가 성실히 매일매일의 공부를 진행해 갔습니다. 이제 아이에게 조금씩 공부의 주도권을 주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6월이 되면서 수학 문제집의 채점은 아이에게 넘겨주고(그것도 제가 보는 앞에서 채점을 하게 시키기는 했습니다만) 아이가 혼자서 하기 힘든 영어나 논술과 같은 과목만 봐 주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이의 공부를 봐 주면서 느낀 점은 아이는 혼자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할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괴리가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기주도학습이라는 것은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제가 아는 자기주도학습은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그 부분을 보충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공부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입니다. 만약에 학원을 다녀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것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로서도 제가 너무 과한 걸 바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아이는 그럴 의지도 없어보이고 생각도 없어보입니다. 엄마가 집에 없으면 어떻해 해서든 그 눈을 피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인터넷과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번 달에 몇일 간 있었던 상황입니다. 상황인 즉슨 둘째아이의 하원 시간이 되기 전에도 첫째 아이의 공부가 끝나지 않아 둘째아이를 데리러 갔고 둘째 아이가 6시 넘어까지 친구들과 놀기를 바라서 가끔 큰 아이에게 혼자 공부를 하라고 하고 나왔는데 아이가 이 시간에 공부를 하지 않고 인터넷과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공부를 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제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만나면 그것이 풀릴때까지 고민해보고 혼자의 힘으로 풀라고 조언했더니 또 그것을 악용해서 한시간 반 동안 수학문제 한 문제를 고민했다고 하였습니다. 몇일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모른 척 넘겼지만 어제는 분명 아이에게 십분 이상 고민하지 말고 다른 것을 한 다음에 엄마가 오면 같이 고민해 보자고 말까지 하고 갔는데도 한시간 반동안 고민을 했다고 하더군요.제가 눈을 부릅 뜨고 언성을 높이니 그제서야 동영상을 본 것을 자백하였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중학교 3학년과 1학년 아들을 키우고 계신데 남자애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하였습니다. 그나마 멱살이 잡힐 때 멱살을 잡고 끌고 가야 한다, 중학생이 되고 머리가 크면 그나마 멱살도 잡히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조언에 저는 웃지 않을 수 없었지만 참으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옆에 앉아 계신 5학년 딸을 두신 어머니께서는 딱히 공부를 확인을 하지 않아도 자기 캘린더에 공부한 것을 체크해 가면서 매일 공부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저의 아들에게 그 학습계획캘린더가 없어서 자기주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언제까지 아이와 이런 다툼을 계속 해야 하는 것일까요?요즘 세상에 공부가 무엇이 중요하냐며 그것은 구시대적인 사고라고 말하는 메가스터디 회장님의 조언도 있었지만 저는 구시대 사람이라서 아마도 이렇게 자기 공부를 스스로 해내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저는 공부라고 하는 것이 꼭 그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느 대학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학생으로서 해야할 일을 수행해 나가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운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내가 당장에 하고 싶은 것은 참고 그 만족을 지연시킬 수 있는 인내, 그리고 하기 싫은 부분도 참고 해 나갈 수 있는 끈기와 같은 것을 배우는 것이 성인이 되기 전에 배워야 할 삶의 태도이고 아이는 학생이니 공부를 통해서 그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그것 또한 꼰대적인 사고에서 나온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인생을 제가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노릇이니 여기에서 그만 아이의 학습을 본인이 백퍼센트 선택할 수 있게 놓아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 그러기에는 어느 학부모의 말처럼 아이가 너무 어린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앞서서 아들을 키우셨던 선배 이웃님들의 조언이 듣고 싶은 오늘입니다. 아니면 지금 저처럼 막 사춘기가 시작되는 5-6학년 아들들을 키우시는 이웃님들이 계시다면 그 분들의 조언도 듣고 싶습니다. 복잡한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밝고 도움 되는 내용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초등 중등 공부 연구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익 시험 준비는 실전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0) | 2025.03.18 |
---|